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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년재판 칼럼

소년법전문변호사의
소년재판 이야기

만 17세 여자 아이 홀로 성매매 강요 혐의를 뒤집어 쓸 뻔한 이야기

목차

안녕하세요. 소년법 전문 변호사, 검사 출신 이고은입니다.

 

 

오늘은 제 검사 시절, 부산 동부지청에서 맡았던 한 사건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. 이 사건은 제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겼어요. 단순히 종이 위에 적힌 혐의가 아니라, 그 뒤에 숨겨진 인간의 아픔과 어둠을 마주했던 순간이었죠. 한 번쯤 여러분도 함께 그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.

 

 

유튜브 영상으로 보실 분은, 아래 영상을 보셔도 됩니다.

 

 

 

 

사건은 처음 이렇게 시작됐어요.

 

 

경찰에서 넘어온 파일 하나, 혐의는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.  입건된 이는 만 17세 여자 아이였는데, 이 아이가 만 14세 또래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는 내용이었죠. 경찰은 기소 의견을 붙여 보냈어요. 보통이라면 여기서 끝났을지도 몰라요. 혐의가 분명하고 증거도 나쁘지 않으니, 기소하고 재판에 넘기면 그만인 일이었죠. 하지만 저는 그 파일을 덮기 전에 잠깐 멈췄습니다.

 

 

17세. 아직 세상도 제대로 모를 나이의 아이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게 선뜻 와닿지 않았어요. 뭔가 이상했어요. 직감이 속삭였죠. “이건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야.” 그래서 저는 기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. 한 줄, 한 줄 넘기며 단서를 찾았어요. 그러다 문득 눈에 띈 이름 하나. 그 17세 아이를 성매매 장소로 데려다줬다는 한 남성의 이름이 스치듯 적혀 있었어요. 순간 머릿속에 물음표가 커졌습니다. 이 남자는 누구지? 왜 여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 맴돌까?

 

 

소년법전문변호사 - 유튜브캡처1

 

 

저는 그 아이의 통화 내역을 뽑아봤어요. 휴대폰 기록은 사람의 흔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잖아요. 하나씩 훑던 중, 심장이 쿵 내려앉았습니다. 14세 피해자를 성매매에 끌어들일 때마다 그 남성과 통화한 흔적이 남아 있었어요. 시간대도 딱 맞아떨어졌죠. 이건 우연일 리 없었어요. 더 깊이 파고들어야겠다는 생각에, 이번엔 기지국 정보를 요청했어요. 기지국은 휴대폰이 어디서 신호를 잡았는지 알려주는, 수사에서 꽤 유용한 단서예요.

 

 

기지국 데이터를 받아본 순간, 숨이 턱 막혔습니다.

 

 

그 17세 아이의 휴대폰 위치와 그 남성의 위치가 거의 매번 겹쳤어요. 성매매가 이뤄진 장소 근처에서 두 사람의 신호가 동시에 잡힌 거예요. 이건 단순한 운전기사가 아니었어요. 그 남성이 그 아이와 늘 함께 있었다는 뜻이었죠.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어요. “이 남자가 배후에 있다. 이 아이는 꼭두각시일 뿐이야.” 확신이 들었어요.

 

 

저는 그 17세 아이를 다시 불렀습니다. 처음엔 저를 피해 눈을 내리깔고 앉아 있던 그 아이가, 제가 조심스레 질문을 던지자 조금씩 입을 열었어요. 떨리는 목소리로 털어놓은 이야기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. 그 남성이 자신을 협박하고 강요해서 성매매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어요. 결국 14세 어린 소녀를 끌어들이게 됐다는 거예요.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이 차올랐어요. 이 아이는 가해자가 아니라, 또 다른 피해자였던 겁니다.

 

 

이제 목표는 분명해졌어요. 그 남성을 잡아야 했죠. 기록을 뒤져보니 그는 강원도에 살고 있더군요. 부산에서 강원도라니, 거리가 꽤 됐지만 망설일 여유는 없었어요. 저는 그 17세 아이와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. 아이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제 손을 잡고 진술을 이어갔어요. 그 남성이 자신을 어떻게 협박했는지, 어떤 말로 겁을 줬는지, 심지어 14세 아이를 데려오라는 지시까지 상세히 털어놨어요. 그 진술을 단단히 무기로 삼아, 저는 강원도로 직접 향해 남성을 체포했습니다.

 

 

돌이켜보면, 이 사건은 경찰의 의견만 믿었다면 영영 다른 결말을 맞았을 거예요. 17세 아이는 가해자로 낙인찍히고, 14세 피해자는 계속된 고통 속에 방치됐을 테죠. 그 뒤에 숨어 있던 진짜 범인은 어둠 속에서 웃고 있었을지도 모르고요. 하지만 저는 멈추지 않았어요. 통화 내역을 뒤지고, 기지국 데이터를 분석하고, 아이의 떨리는 목소리에 귀 기울였죠. 그 끈질김 덕에 실체적 진실을 끌어낼 수 있었어요.

 

 

 

 

이 사건은 제게 큰 깨달음을 줬습니다.

 

 

수사는 단순히 증거를 모으는 게 아니라, 사람을 살피고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걸요. 그리고 그 공로로 대검찰청에서 상까지 받았어요. 하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, 소년이 수사를 받을 적에 이토록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이었습니다.

 

 

세상은 때로 우리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기엔 너무 복잡합니다. 누군가를 단죄하기 전에, 그 안을 들여다보는 용기가 필요해요. 저는 이 사건을 통해 그걸 배웠고, 앞으로도 그런 아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습니다.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? 가끔은 한 번 더 깊이 들여다보는 게,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지 않을까요?